2026-07-26

오종우 교수의 <예술적 상상력>- 보이는 것 너머를 보는 힘

오종우 교수의 《예술적 상상력》은 단순히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인간은 어떻게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고 만들어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가깝다.

우리는 대체로 눈앞에 보이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인간의 삶과 문명은 보이는 현실만을 반복해서 살아온 결과가 아니다. 인간은 현실을 넘어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보이지 않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새로운 현실로 만들어왔다.
저자가 말하는 예술적 상상력은 바로 이러한 인간의 능력이다.

책의 소개에서 저자는 예술적 상상력을 다음과 같이 압축적으로 정의한다.
"예술적 상상력은 보이는 것 너머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나게 하는 힘이며 삶을 고양하는 능력이다."
이 문장이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예술은 단순히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내는 활동이 아니다. 예술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세계를 낯설게 만들고, 익숙해서 보이지 않던 것을 다시 보게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현실에 갇혀 있던 생각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결국 이 책에서 말하는 '예술적 상상력'은 예술가만의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길러야 할 사고 능력이다.

우리는 왜 '보이는 것'에 갇히는가

현대인은 정보가 넘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는 수많은 사진과 영상, 뉴스와 데이터, 검색 결과를 매일 접한다. 그러나 많은 것을 본다고 해서 반드시 세상을 깊이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를 빠르게 받아들이면서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방식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습관에 빠진다.
어떤 대상을 보면 우리는 곧바로 이름을 붙인다.
"저것은 나무다."
"저것은 사람이다."
"저것은 건물이다."
"저것은 돈이다."
"저것은 성공이다."
이렇게 이름을 붙이는 순간 우리는 대상을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대상을 더 이상 깊이 바라보지 않게 된다.
예술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예술가는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더 이상 바라보지 않는 것을 다시 바라본다. 그리고 다른 각도에서 본다. 때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석한다.
따라서 예술적 상상력은 '없는 것을 무작정 만들어내는 능력'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을 새롭게 보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차이다.
새로운 생각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현실을 다르게 보고, 서로 다른 것들을 연결하고, 익숙한 질서에 질문을 던지는 과정에서 탄생한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은 인간의 인식 체계를 흔드는 힘이다.

예술은 '정답'보다 '질문'을 만든다

현대 사회는 정답을 빠르게 찾는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시험에서는 정답을 맞혀야 하고, 기업에서는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야 하며, 과학에서는 정확한 답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은 때때로 정답을 찾는 능력보다 질문을 만드는 능력이다.
예술은 바로 질문을 만든다.
"왜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하는가?"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 당연한가?"
"다르게 볼 수는 없는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은 기존의 사고방식에 균열을 만든다.
오종우 교수는 예술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세계가 사실은 인간이 만든 하나의 관점일 뿐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예술가는 현실을 복사하지 않는다.
현실을 다시 해석한다.
그리고 그 해석을 통해 우리는 현실 자체가 아니라 현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돌아보게 된다.

새로운 것은 '상상'에서 시작된다

이 책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주제는 창조와 상상력이다.
인류 문명의 발전을 돌아보면 모든 새로운 것은 처음에는 누군가의 머릿속에 존재했다.
하늘을 날고 싶다는 생각이 비행기를 만들었고, 먼 곳의 사람과 실시간으로 대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통신 기술을 만들었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도 처음부터 현실에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그것을 먼저 상상했다.
따라서 상상력은 현실에서 벗어나는 능력이 아니라 현실을 확장하는 능력이다.
여기서 예술적 상상력이 중요해진다.
예술은 인간에게 현실을 넘어설 수 있는 정신적 공간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인간은 기존의 규칙과 질서로부터 잠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예술적 상상력은 결국 '전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힘'과 연결된다. 책의 공개 소개 역시 예술적 상상력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며 전에 없던 것을 창조하는 힘"으로 설명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예술과 과학, 기술, 기업가 정신은 서로 완전히 다른 영역이 아니다.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아직 존재하지 않는 가능성을 먼저 볼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예술 작품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좋은 예술 작품은 눈에 보이는 대상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림 한 점을 보면서 우리는 그림 속의 사물만 보는 것이 아니다.
그 시대의 정신을 보고,
화가의 시선을 보고,
인간의 고독을 보고,
시간의 흐름을 보고,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을 본다.
문학도 마찬가지다.
소설에 등장하는 한 인물은 단순한 허구의 인물이 아니다. 그 인물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욕망과 불안, 사랑과 질투, 자유와 억압을 생각한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음악은 구체적인 사물을 직접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인간의 감정을 움직인다.
따라서 예술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을 보여주느냐보다 무엇을 보게 하느냐에 있다.
예술은 보이지 않는 것을 감각하게 한다.
이것이 바로 책 제목의 핵심인 '보이는 것 너머를 보는 힘'이다.

회화 ― 보는 방식이 세계를 바꾼다

책에서는 회화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인간의 시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흔히 그림을 보고 "무엇을 그렸는가?"를 먼저 묻는다.
그러나 예술적 감상은 그보다 더 깊은 질문을 던진다.
"왜 이렇게 그렸을까?"
"왜 이렇게 보았을까?"
"화가는 무엇을 보았고,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예를 들어 몬드리안의 작품을 생각해보면, 단순한 선과 색의 조합처럼 보이는 그림에도 하나의 세계관이 담겨 있다.
중요한 것은 그림의 겉모습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다.
그 그림이 등장하기 전까지 사람들이 세계를 바라보던 방식과, 그 이후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예술의 혁신은 종종 새로운 대상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대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는 데서 시작된다.
이것은 우리 삶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같은 사람을 보더라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인다.
같은 실패도 관점에 따라 좌절이 될 수도 있고 배움이 될 수도 있다.
같은 노년 역시 '쇠퇴의 시간'으로 볼 수도 있고 '축적된 경험이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시간'으로 볼 수도 있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첫걸음은 세상 자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우리의 시선을 바꾸는 것일 수 있다.

문학 ― 인간의 내면을 상상하는 힘

문학의 가장 큰 힘은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보게 하는 데 있다.
우리는 자신의 인생만 직접 경험한다.
그러나 소설을 읽으면 다른 시대에 살았던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가난한 사람의 삶을 경험할 수도 있고,
범죄자의 심리를 들여다볼 수도 있고,
사랑에 빠진 사람의 마음을 느낄 수도 있고,
전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두려움을 상상할 수도 있다.
이것은 단순한 독서가 아니다.
타인의 삶을 상상하는 행위다.
따라서 문학은 인간의 공감 능력을 확장한다.
예술적 상상력은 결국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이기도 하다.
내가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삶을 상상할 수 있을 때 인간에 대한 이해도 깊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은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든다.
책이 말하는 예술의 '쓸모'는 바로 여기에 있다.
예술은 당장 돈을 벌어주거나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이 인간을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더 깊이 바라보게 하는 힘을 준다.
그것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인간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다.

음악 ― 이성보다 먼저 감각을 깨우는 예술

음악은 다른 예술과 조금 다르다.
그림은 눈으로 보고,
문학은 언어를 읽으며,
영화는 시각과 청각을 함께 사용한다.
하지만 음악은 구체적인 대상을 직접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인간의 감정에 직접적으로 접근한다.
어떤 음악을 들으면 우리는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먼저 감정을 느낀다.
기쁨, 슬픔, 그리움, 불안, 평온함.
음악은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영역을 건드린다.
따라서 음악은 우리 안에 잠들어 있던 감각을 깨운다.
이것은 예술적 상상력에서 매우 중요하다.
현대인은 지나치게 많은 것을 논리와 언어로 판단한다.
그러나 인간의 삶은 논리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우리는 감정하고,
느끼고,
직관하고,
상상한다.
예술은 인간에게 이러한 감각적 능력을 다시 회복시킨다.

영화 ― 시간과 공간을 새롭게 경험하게 하는 예술

영화는 인간이 만들어낸 새로운 시공간의 예술이다.
현실에서는 한순간에 지나가는 장면을 영화에서는 멈춰 세울 수 있다.
반대로 수십 년의 시간을 몇 분 안에 압축할 수도 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장소를 한 장면 안에서 연결할 수도 있다.
즉 영화는 인간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경험 자체를 변화시킨다.
이러한 기술적 가능성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선다.
인간이 현실을 경험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예술과 기술은 이렇게 만난다.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예술 형식을 만들고,
새로운 예술은 다시 인간이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을 변화시킨다.
저자가 문학과 그림, 음악뿐 아니라 영화와 테크놀로지까지 함께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책은 예술을 좁은 장르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세계를 새롭게 인식하고 창조하는 방식으로 바라본다.

AI 시대에 예술적 상상력은 왜 더 중요한가

이 책에서 특히 오늘날의 관점에서 흥미로운 질문은 "AI가 만든 작품도 예술이 될까?"라는 문제다. 이 질문 역시 책의 주요 문제의식 중 하나로 소개된다.
AI가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고,
소설을 쓰는 시대가 되면 인간의 창작 능력은 어떻게 될까?
이 질문에 대해 책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중요한 것은 단순히 '누가 만들었는가'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무엇을 새롭게 보았는가?"
AI가 기존의 자료를 바탕으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인간에게 더욱 중요한 능력은 무엇을 질문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능력이 된다.
무엇을 만들 것인지,
왜 만들 것인지,
어떤 문제를 제기할 것인지,
어떤 세계를 꿈꿀 것인지.
이것은 단순한 기술적 능력과는 다르다.
결국 AI 시대에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기계보다 더 빠르게 계산하는 능력이 아니라, 기계가 아직 묻지 않은 질문을 만들어내는 능력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적 상상력은 미래 사회에서 더욱 중요해진다.
책이 말하는 예술의 가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오늘날의 문제와 연결된다. 책 소개에서도 예술적 상상력이 "인간의 일을 근본부터 뒤흔드는 우리 시대에 새로운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술적 상상력은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예술을 감상하는 방법을 넘어 삶을 바라보는 방법으로 확장한다는 데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한계를 만난다.
나이, 환경, 돈, 실패, 사회적 조건, 타인의 평가.
그러나 대부분의 한계는 현실 자체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현실을 바라보는 방식의 한계이기도 하다.
예술적 상상력은 우리에게 질문한다.
"정말 이것이 전부인가?"
"다른 가능성은 없는가?"
"이 상황을 다른 관점에서 볼 수는 없는가?"
이 질문을 던지는 순간 인간은 현실에 완전히 갇히지 않는다.
그래서 상상력은 인간에게 자유를 준다.
물론 상상한다고 현실이 저절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새로운 현실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새로운 현실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상상력은 변화의 출발점이다.

짤막하게 정리해보면...
"예술은 현실을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새롭게 볼 수 있게 하는 힘이며, 인간은 보이는 세계 너머를 상상할 때 비로소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
"나는 지금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있는가, 아니면 내가 익숙한 방식으로만 보고 있는가?"
우리는 대부분 눈을 뜨고 살아간다.
그러나 눈을 뜨고 있다고 해서 모두가 세상을 제대로 보는 것은 아니다.
예술적 상상력이란 어쩌면 이미 보고 있는 것을 다시 보는 능력, 당연한 것을 의심하는 능력, 보이지 않는 가능성을 발견하는 능력,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먼저 상상하는 능력이다.
그래서 이 책은 예술에 관한 책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창조성에 관한 책이고, 더 나아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특히 AI가 인간의 지식과 기술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오늘날에는 이 책의 메시지가 더욱 중요해진다. 기계는 점점 더 많은 정보를 알고, 더 빠르게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남는 중요한 질문은 "무엇을 알고 있는가?"에서 "무엇을 새롭게 볼 수 있는가?"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그때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힘은 상상력, 감각, 질문, 공감,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능력일 것이다.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예술적 상상력'의 본질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예술적 상상력》 핵심 요약 ― 10개의 키워드
보이는 것=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현실
보이지 않는 것= 아직 발견하지 못한 의미와 가능성
다르게 보기= 새로운 생각의 출발점
상상력= 존재하지 않는 것을 먼저 생각하는 힘
예술= 현실을 새롭게 인식하게 하는 활동
창조= 상상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과정
질문= 기존 질서의 한계를 넘어서는 출발점
공감= 타인의 삶을 상상하는 능력
기술= 인간의 새로운 경험과 예술 형식을 만드는 도구
삶= 예술적 상상력을 통해 더 넓고 깊게 살아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