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멋진 말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그 중에 하나, “사랑이란 서로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라는 명언도 많은 이들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Antonie de Saint-Exupéry; 1900 ~ 1944)의 소설 속 한 구절이다. 남방 우편기(1929년), 야간 비행(1931년)에 이어 1939년에 발표한 ‘인간의 대지(人間의 大地)’라는 단편이다. 우리말 번역 제목과는 느낌이 다르게 ‘Wind, Sand and Stars’라는 영문판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비행기 조종사로서 작가가 체험한 모험적인 사건들를 바탕으로 인간과 대자연의 교감이 부각된 자전적 작품이다.
소설적 허구나 문학적 기교를 배제하고 하늘에서 본 피레네산맥과 눈덮인 안데스산맥, 사막에의 불시착 등 비행기 조종사로서의 경험을 서정적이면서 철학적으로 그려내 에세이 갈은 행동주의 문학의 걸작으로 평가된다. 1차대전 직후의 당시 행동주의 문학은 인간의 행동과 모험에 가치를 두는데, 앙드레 말로의 <정복자> <인간의 조건>,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 등도 그 범주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영문판이 출판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어 생텍쥐페리는 세상에 이름을 떨쳤고 최고의 지성으로 공인되는 아카데미프랑세즈에서 소설부문대상을 수상했다.
생텍쥐페리가 실종되기 1년전 발표한 ‘어린 왕자’(1943년)는 전 세계 2백여 언어로 번역돼서 2억 부 이상 팔린 명작으로 평가된다. 성경책 다음으로 많이 번역되고 읽혔다는 얘기다.
"누구나 한 때는 어린이였던 어른들에게 바치는 아름답고 슬픈 사랑이야기"라는 말이 있을 만큼, 어릴 땐 이해하지 못했던 문장들이 아름답웠고 사랑스럽다. 커가면서 잊고 사는 것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것들, 삶의 의미를 부여해주는 중간 중간의 명대사들이 잔잔한 느낌을 불러 일으킨다.
작품 속 화자인 비행기 조종사 '나'는 6년 전 사고로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했다. 혼자였다. 고장난 비행기에 먹을 것도 넉넉치 못했다. 죽느냐 사느냐가 달린 막막함…
모래 위에서 잠든 다음 날 아침 누군가가 깨우는 듯하는 말, "저기 양 좀 그려줘"… 사막 한가운데 멀쩡하지만 이상한 차림의 작은 꼬마다. 그 상황이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여기면서도 주머니에서 종이와 만년필을 꺼내 대충 상자 모양 하나를 그려 주며, "이건 양이 사는 상자야. 네가 원하는 양이 그 안에 있어"라고 말한다. 그림을 본 꼬마는 얼굴이 환해지며 "바로 내가 바라던 그 양”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만난 꼬마는 집채만한 별에서 온 어린 왕자로 지구에 오기 전후의 이야기가 나의 마음에 남아, 6년 뒤에 짜맞춰 회상한 것이다.
어린 왕자가 살던 별에 날아온 씨앗 하나가 장미꽃으로 피어나 그 아름다움에 빠져든 어린 왕자를 가시처럼 겸손 모르는 거만함과 허세로 괴롭힌다. 어린 왕자는 그 별을 떠나,여러 별을 떠돌다가 일곱 번째로 지구별에 왔다.
처음 만난 노란 뱀이 그곳이 사하라 사막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모래와 바위 이리저리 헤매다가 길을 하나 찾게 되었는데, 그 길의 끝에 정원이 있고, 수천의 꽃이 있었다. 길을 걷다가 특급열차를 타고 오가는 인간들은 무엇을 찾아가는지 모른다. 어린 아이들만이 자기네들이 찾는 것을 알고 있다. 애들은 인형을 찾느라고 여러 시간을 보내고, 그래서 인형은 중요한 게 된다.
추락한 지 여드레 째 되는 날 어린 왕자와 함께 샘을 찾아 나섰다. 별들이 보였다.
"별은 보이지 않는 꽃 때문에 아름다운 거야.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 우물이 숨어 있어서 그래.”
지구 여기저기를 떠돌며 보고 느끼고는 자신이 가진 걸 되짚어보면 상심한 어린 왕자가 잠시 울고 있을 때 사과나무 아래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우였다. 어린 왕자가 “같이 놀자”고 했지만, 여우는 자신이 “길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같이 놀 수 없다”고 말한다. 길들여진다는 게 무슨 뜻인지 믇는 왕자에게 여우는, “사람들은 거의 잊어버린 말이지.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말”이라며 설명한다.
“넌 지금은 많고 많은 남자아이 중 하나일 뿐이지. 난 네가 필요하지 않아. 너도 내가 필요하지 않지. 난 너에게 수많은 다른 여우와 똑같은 한 마리 여우에 지나지 않지만 네가 나를 길들이면 우린 서로를 필요로 하는 사이가 되고 난 너에게, 넌 나에게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 거야.”
여우와 어린 왕자는 대화를 나누며 친구가 된다. "우리는 자기가 길들인 것만 진정으로 알 수 있어." "네 장미가 중요한 존재가 된 건, 네가 장미에게 들인 시간 때문이야." "너는 잊지 마. 네가 길들인 대상에 대해 넌 영원히 책임져야 한다는 걸."
여우와의 대화를 통해 어린 왕자는 행성에 두고 온 장미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또한 여우는 자신의 비밀을 어린 왕자에게 알려준다. "내 비밀을 말해줄게. 아주 간단해. 마음으로 봐야 보인단다.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거든."
생텍쥐페리의 어록 몇 개를 덧붙인다.
"기계는 인간을 위대한 자연의 문제로부터 분리시키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더욱 심각한 문제로 인간을 괴롭힐 것이다."
"부모들이 우리의 어린 시절을 꾸며 주셨으니 우리는 그들의 말년을 아름답게 꾸며 드려야 한다."
"사람이 된다는 것은 바로 책임을 안다는 그것이다. 자기에게 속한 것 같지 않던 곤궁 앞에서 부끄러움을 아는 그것이다. 돌을 갖다놓으면 세상을 세우는 데에 이바지한다고 느끼는 그것이다.
"산다는 것은 서서히 태어나는 것이다."
"자유와 속박은 한가지이면서 다른 것이 되어야하는 똑같은 필요성의 양면이다."
"정해진 해결법 같은 것은 없다. 인생에 있는 것은 진행중의 힘뿐이다. 그 힘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그것만 있으면 해결법 따위는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다."
"진리라는 것은 세상을 간소화하는 것이지 혼돈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진리라는 것은 보편적인 것을 뽑아내는 언어이다.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은 사과가 떨어지는 것과 해가 떠오르는 것을 동시에 표시할 수 있는 인간의 언어를 새롭개 표현한 것이다. 증명되는 것이 진리라기 보다 간단하게 만드는 그것이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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