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2

[PhotoPoem] 말미암아 일어나네

말미암아 일어나네

바람에 날아와 뺨에 붙는 느낌
떼내 보니 보랏빛 꽃 잎
이게 무슨 꽃일까 살펴보다
어줍잖게 우주를 생각했네

생명 감춘 조그만 씨
흙 속에 머물다가
물 머금고 볕에 어울려 박차고 솟은
어떤 나무 줄기 가지 잎새

꽃받침 위에 여왕처럼 앉았을 터
거슬러 올라가면
그 인연이나 조건들 역시
또 다른 그것들로 얽히고 설켰을 터

보리수 아래 깨달음
세상 모든 게 꽃 잎 하나 생성에 참여한다는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멸하므로 저것이 멸한다는

(말미암아 일어나네 - 하우 김백순 명상시집 '지금 여기가 거기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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