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에 운영하는 리움미술관~하얏트호텔 주변에는 내로라하는 재벌가들의 주택이 모여있다. 삼성그룹 고 이건희회장, 누나 이숙희씨(구자학 아워홈 회장 부인), 여동생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그 아들 정용진 부회장, LG그룹 고 구본무 회장, 현대자동차 정몽구회장, 동부그룹 김준기 전 회장, SK그룹 최태원회장 등이 거주했거나 하고 있다.
장동건, 홍석천, 태진아, 이효리, 신민아, 조인성, 유연석. 싸이, 황정음, 유아인, 박명수, 송중기 등등 연예인들도 투자한 부동산이 즐비하다. 어떤 안목으로 골랐을까?
일부 풍수가들은, 백두대간의 한 줄기가 강원도 백운산, 경기도 천보산, 불곡산, 도봉산, 삼각산을 거쳐 한남동의 주산(主山)인 남산으로 이어져, 신령한 거북이가 뭍에 올라와 알을 낳고 물을 마시기 위해 내려오는 듯한 영구음수(靈龜飮水) 형의 명당이라고 한다. 한 번에 4~50개의 알을 낳고 장수하는 거북이 중에서도 특히 목과 어깨사이 오목하게 들어가는 견정(肩井)과 꼬리나 생식기 인근의 알을 낳는 부분이 명당의 혈로 지목된다. 남산이 몸뚱이, 이슬람사원 인근이 머리, 리움미술관과 그 주변의 삼성가 부근이 견정 부위에 해당하며, 멀리 명동 일대는 꼬리 부분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또다른 쪽은 금계포란(金鷄抱卵)형이라는 풀이도 있다.
그런데 이 지역의 백 년 전은 어떠했을까? 조선 중기부터 1920년대까지 이태원 일대에는 꽤 넓은 공동묘지가 있었다.천안 아우내장터에서 3.1만세운동을 주도했다가, 서대문 형무소에 갇혀 살아 나오지 못한 유관순 열사의 시신도 이 지역에 매장됐다가 흔적 없이 이장됐다고 한다. ‘유관순길’이란 명칭의 골목길이 생기고 ‘이태원부군당 역사공원’ 한 쪽에 추모비가 세워진 배경이다.
2020년 한 재벌가의 저택을 개축하려 터파기를 하다가 관(棺)도 없는 ‘흙구덩이 무덤(土壙墓)’이 쏟아져 나와 61기의 시신이 수습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위 두 곳의 위치로 미루어 보건대, 이태원역 동북~동남쪽 일대에 걸쳐 제법 넓게 묘지들이 산재해 있었다. 전해 내려오는 얘기뿐 아니라, 1924년에 만들어진 지도를 봐도 공동묘지 표시가 제법 넓게 인쇄돼 있다. [참조: 조선교통지도(1924,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남산은 누에와 닮았고 그 아래쪽 매봉산 산세가 뽕잎에 해당한다는 견해가 있다. 누에가 뽕잎을 갉아 먹는다? 그 뜻의 한자 단어가 ‘잠식(蠶食)’이다.
그러나 걱정말자. 풍수든 사주든 사람의 길흉을 논하지만, 결국은 당사자의 선택에 따라간다. 선택에 따른 결정성을 가리켜 고차원의 세계에서는 ‘운명’이라고 부른다. 하우선생이 주역을 다시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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