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20

용산 이태원, 한남동 일대는 과연 명당인가?

삼성가에 운영하는 리움미술관~하얏트호텔 주변에는 내로라하는 재벌가들의 주택이 모여있다. 삼성그룹 고 이건희회장, 누나 이숙희씨(구자학 아워홈 회장 부인), 여동생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그 아들 정용진 부회장, LG그룹 고 구본무 회장, 현대자동차 정몽구회장, 동부그룹 김준기 전 회장, SK그룹 최태원회장 등이 거주했거나 하고 있다.

장동건, 홍석천, 태진아, 이효리, 신민아, 조인성, 유연석. 싸이, 황정음, 유아인, 박명수, 송중기 등등 연예인들도 투자한 부동산이 즐비하다. 어떤 안목으로 골랐을까?

남산과 한강 사이, 풍수지리 용어로 가장 많이 알려진 배산임수(背山臨水)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대단치 않던 폭우에도 물바다가 된 강남역 일대에 비하면 부자들이 많이 사는 성북동과 함께 강북의 명당임에 틀림없는가?

일부 풍수가들은, 백두대간의 한 줄기가 강원도 백운산, 경기도 천보산, 불곡산, 도봉산, 삼각산을 거쳐 한남동의 주산(主山)인 남산으로 이어져, 신령한 거북이가 뭍에 올라와 알을 낳고 물을 마시기 위해 내려오는 듯한 영구음수(靈龜飮水) 형의 명당이라고 한다. 한 번에 4~50개의 알을 낳고 장수하는 거북이 중에서도 특히 목과 어깨사이 오목하게 들어가는 견정(肩井)과 꼬리나 생식기 인근의 알을 낳는 부분이 명당의 혈로 지목된다. 남산이 몸뚱이, 이슬람사원 인근이 머리, 리움미술관과 그 주변의 삼성가 부근이 견정 부위에 해당하며, 멀리 명동 일대는 꼬리 부분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또다른 쪽은 금계포란(金鷄抱卵)형이라는 풀이도 있다.

그런데 이 지역의 백 년 전은 어떠했을까? 조선 중기부터 1920년대까지 이태원 일대에는 꽤 넓은 공동묘지가 있었다.

천안 아우내장터에서 3.1만세운동을 주도했다가, 서대문 형무소에 갇혀 살아 나오지 못한 유관순 열사의 시신도 이 지역에 매장됐다가 흔적 없이 이장됐다고 한다. ‘유관순길’이란 명칭의 골목길이 생기고 ‘이태원부군당 역사공원’ 한 쪽에 추모비가 세워진 배경이다.
2020년 한 재벌가의 저택을 개축하려 터파기를 하다가 관(棺)도 없는 ‘흙구덩이 무덤(土壙墓)’이 쏟아져 나와 61기의 시신이 수습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위 두 곳의 위치로 미루어 보건대, 이태원역 동북~동남쪽 일대에 걸쳐 제법 넓게 묘지들이 산재해 있었다. 전해 내려오는 얘기뿐 아니라, 1924년에 만들어진 지도를 봐도 공동묘지 표시가 제법 넓게 인쇄돼 있다. [참조: 조선교통지도(1924,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이태원과 연결되는 한남동 대통령 관저 쪽에 대한 일부 풍수가들의 견해는 어떨까?
남산은 누에와 닮았고 그 아래쪽 매봉산 산세가 뽕잎에 해당한다는 견해가 있다. 누에가 뽕잎을 갉아 먹는다? 그 뜻의 한자 단어가 ‘잠식(蠶食)’이다.
그러나 걱정말자. 풍수든 사주든 사람의 길흉을 논하지만, 결국은 당사자의 선택에 따라간다. 선택에 따른 결정성을 가리켜 고차원의 세계에서는 ‘운명’이라고 부른다. 하우선생이 주역을 다시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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