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Story 운명의 갈림길- 14] "태양이 중천에 떴을 때, 우리는 어디를 보아야 하는가" [주역/화천대유(火天大有)]
인생의 길을 걷다 보면, 참 신기하게도, 모든 바람이 나를 향해 불어줄 때가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죠. 하는 일마다 결실을 맺고, 주변의 칭송이 이어지는, 그야말로 '나의 계절'이죠.
주역은 이 찬란한 시기를, *화천대유(火天大有)*라고 부릅니다.
하늘 위에 태양이 높이 떠서, 세상의 모든 것을 환하게 비추는 형상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죠. 가장 밝은 빛 아래 서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보이지 않던 그림자를 걱정하게 됩니다.
조선의 성군으로 추앙받는 세종의 삶도, 늘 빛나기만 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왕권이 안정되고 나라의 창고가 가득 찼던 화천대유의 시기, 그는 오히려 가장 깊은 어둠 속으로, 스스로를 밀어 넣었습니다.
당시 왕은 지독한 안질에 시달렸습니다. 책을 너무 많이 본 탓에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고, 나중에는 사람의 형체조차 구별하기 힘들 정도였죠.
신하들은 눈 건강을 위해 집필을 멈추라 간청했지만, 그는 촛불 하나에 의지해 밤을 지새웠습니다.
"내 눈이 어두워져야 백성의 눈이 밝아질 수 있다."
그 고통스러운 신념 하나로 28개의 글자를 깎아 나아갔습니다.
붓끝이 보이지 않아 손가락 끝의 감각으로 종이를 더듬으며 한 자 한 자 새겨넣던 그 밤들.
그가 자신의 눈력을 다 바쳐 훈민정음을 완성했을 때, 비로소 백성들의 어두운 삶 위로 지혜의 태양이 떠올랐습니다.
자신의 빛을 깎아 타인의 길을 밝힌 진정한 대유(大有)의 완성입니다.
주역 *화천대유(火天大有)*의 괘상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위에는 이글거리는 불(火)이, 아래에는 끝없는 하늘(天)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대낮의 태양이 온 누리를 비추니, 감출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나의 성공도, 나의 과오도, 세상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시기입니다.
주역은 이 화려한 시절에 오히려 '악함을 막고 선함을 드높이라(遏惡揚善)'고 나직이 읊조립니다.
해는 머리 위에 있을 때 가장 뜨겁지만, 그 순간부터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한다는 자연의 섭리를 일깨워주는 것이죠.
그래서 이 시기는 무언가를 더 채우는 때가 아니라, 내가 가진 빛이 너무 과해, 타인을 태우지는 않는지 살피는 때이기도 합니다.
큰 성취를 얻었을 때 우리가 흔히 빠지는 함정은, '이 모든 것이 나의 힘'이라는 착각입니다.
하지만, 세종이 그 높은 자리에서 스스로를 낮춰, 백성의 눈높이로 내려왔던 것처럼, 진정한 풍요는 내가 가진 것을 어떻게 흘려보내느냐에 따라 그 수명이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내가 가진 재물, 지식, 혹은 영향력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온기가 되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시샘의 불길이 되기도 합니다.
태양이 만물을 차별 없이 비추듯, 내게 찾아온 행운의 빛을, 주변의 그늘진 곳으로 조금씩 나누어 보는 건 어떨까요.
내 손 안의 것을 조금 덜어낼 때, 역설적으로 그 풍요는 더 오랫동안, 우리 곁에 머물며 빛나게 될 테니까요.
누구에게나 인생의 태양은 떠오릅니다.
지금 그 눈부신 빛 아래 서 계신가요, 혹은 그 빛을 향해 묵묵히 걷고 계신가요?
화천대유의 시간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의 빛으로 무엇을 밝히고 싶은지 말이죠.
나만 돋보이는 눈부심보다, 함께 온기를 나누는 은은한 빛이 더 오래 기억되는 법입니다.
오늘 나의 작은 나눔이 누군가의 어두운 밤을 밝히는 별빛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다음 시간에는 가장 높은 곳에서 다시 땅으로 내려와 겸손의 미학을 배우는 시간, 제15회 '지산겸(地山謙)' 편으로 이어가겠습니다.
우리의 이야기가 주역을 거쳐 지혜가 되는 곳, *HowNext [운명의 갈림길]*이었습니다, 구독~ 댓글~ 알림설정~ 좋아요~ 웅원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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